2010년, 서울의 한 건설 현장. 여기저기서 드릴 소리와 망치질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. 30대의 건설 노동자 이진우는 바닥에 앉아 구부정한 자세로 담배를 물었다. 하루의 일과가 거의 끝나갈 무렵이었다. 하지만 그에게는 그저 또 하나의 지루한 날일 뿐이었다. 땀에 젖은 작업복을 질질 끌고 벽을 짚으며 쉬고 있던 그 순간, 소화전이 눈에 들어왔다."저거 왜 저러냐?"진우는 소화전 구멍에서 검은 봉지를 발견했다. 누가 놓고 갔나 보다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만, 이상하게도 그 봉지는 자신을 계속 신경 쓰이게 했다. 평소였으면 그냥 지나쳤을 진우는 오늘따라 호기심이 생겼다. 그리하여 그는 가까이 다가가 소화전을 살펴보기로 했다.“뭐야 이건?” 진우는 소화전 커버를 조심스럽게 열었다. 검은 비닐봉지 ..